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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재조사의 '마이스터' 김효범 소장을 만나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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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소방 외길, 국내 1호 ‘화재감식전문교수’ 타이틀 거머쥔 살아있는 전설
- "화재조사는 죽은 현장과의 대화… 억울한 피해자 없는 세상 만드는 것이 내 사명"
- 2025년 AI 기반 '단락흔' 분석 기술 도입, 화재 감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김효범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모든 것이 타버린 시커먼 폐허. 매캐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가라앉은 그곳에서 비로소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재난의 끝이라 부르는 곳에서 ‘원인’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찾아내는 사람. 대한민국 화재조사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최고 권위자, 한국화재감식연구소 김효범 소장이다.

그는 단순한 조사관이 아니다. 28년의 소방 현장 경험을 공학적 이론으로 승화시켰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감식 현장에 도입하며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6년 1월, 천안시 백석동에 위치한 그의 한국화재감식연구소에서 ‘화재 현장의 셜록 홈즈’ 김효범 소장을 만났다.

Q. 화재조사 분야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전설이라니 과분하다(웃음). 나는 그저 28년 동안 소방 제복을 입고 화재 현장이라는 한 우물을 팠던 사람이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등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대형 재난과 특수 화재를 경험했다. 현직 시절,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왜 불이 났는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제2, 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있으니까. 지금은 공직을 떠나 한국화재감식연구소 소장으로서, 그리고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으로서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Q. 보유한 자격증만 나열해도 숨이 찰 정도다. 이른바 ‘자격증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는데.

"화재조사는 ‘감(Feeling)’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과학(Science)’이어야 한다. 현장에서 느낀 경험만으로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이론적 무장이 필요했다. 소방청 화재조사관 자격은 기본이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화재감식평가기사,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까지 취득했다. 컴퓨터학 박사 학위를 딴 이유도 나의 분석 보고서가 그 어떤 논리적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과학적 이론과 증거 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었다."

Q. 특히 2023년 취득한 ‘국내 1호 화재감식전문교수’ 타이틀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겁게 느끼는 타이틀이다.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가 주관한 시험에서 국내 최초로 자격을 얻었다. 이는 나 혼자 잘나서 받은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라는 ‘스승’으로서의 책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지금 연구소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최근 업계에서 화제가 된 것이 ‘AI 기술의 도입’이다. 화재조사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화재 원인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바로 ‘전기 화재’다. 전선이 불에 타 녹은 흔적인 ‘단락흔(Short mark)’을 분석해야 하는데, 이게 불이 나서 전선이 녹은 건지(2차흔), 아니면 전선이 합선되어 불이 난 건지(1차흔)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사람의 눈과 현미경에 의존하다 보니 오판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5년, 수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AI 기반 단락흔 분석 기술을 개발해 도입했다. AI가 미세한 용융 패턴을 분석해 1차흔과 2차흔을 판별해 준다. 억울한 방화범 누명을 벗기거나, 제조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Q. 2026년 현재,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화재 위험 요소가 있다면?

"단연 ‘신재생 에너지’ 관련 화재다. 태양광 패널(PV)과 전기차(EV)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태양광 설비는 시한폭탄과 같다. 하지만 기존의 조사 기법으로는 배터리 열폭주나 패널 내부 발화의 원인을 명확히 짚어내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전용 조사 기법을 연구하고, 관련 칼럼과 논문을 통해 예방 대책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김효범 소장을 움직이는 신념은 무엇인가?

"내 철학은 확고하다. '이 세상에 억울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재는 한 사람의 재산과 추억, 때로는 생명까지 앗아간다. 그런데 원인 규명마저 잘못되어 보험금을 못 받거나,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다면 그건 두 번 죽이는 일이다. 화재조사는 ‘죽은 자(현장)와의 대화’다. 잿더미가 남긴 아주 작은 흔적,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듣는 것이 내 일이다. 앞으로도 그 진실을 밝히는 파수꾼 역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라는 신념으로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