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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비용이 곧 기업의 생명"... 건축 외장재의 '진실'을 꿰뚫는 ㈜벽산 신병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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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 관리자 | 등록일 : 2026-0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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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건축자재 전문가로서 화재 현장의 '스모킹 건'을 찾다
- 이천 한익스프레스부터 쿠팡 물류창고까지, 법령 개정을 이끈 집요한 현장 검증의 기록
㈜벽산 신병진 팀장
끊이지 않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 그 검은 연기 속에서 타다 남은 잔해를 들추며 진실을 찾는 이가 있다. 화재 현장은 잿더미로 변해 모든 증거가 사라진 듯 보이지만, 그의 눈에는 불길이 지난 간 경로와 숨겨진 원인이 선명하게 읽힌다.
국내 건축자재 전문가이자, 한국화재감식학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벽산의 신병진 팀장을 만났다. 오랜 기간 건축자재 업계에 몸담으며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을 보유한 그는, 건축과 화재 역학을 모두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Q1. 자재 업계에 있으면서 화재 조사 분야, 특히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까지 취득하며 활동하는 이력이 독특합니다.
“내화(耐火) 건축자재 업계에 있으면서 정부 FTA협상을 도와 국내외 화재 및 자재 현황을 조사하고 대형 화재현장을 쫓아다닐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뼈아픈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가연성 자재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며, 이로 인한 ‘후진국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었죠. 현장에서 마주한 유족들의 오열을 보며,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건축물은 화재라는 변수 앞에서 생각보다 훨씬 취약합니다. 건물이 무엇으로, 어떻게 지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야 화재 확산 경로를 역추적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 전문가의 시각에 화재 조사의 전문성을 더하고자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벽산 기술연구소에서 내외장 시스템 개발과 정책 연구를 수행하며, 현장에서는 화재 감식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38명의 희생자를 낸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조사 당시, 법령 개정에도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전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특정 산업의 위축이나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인해 제도 개선이 지연되거나 무산되기 일쑤죠. 이천 화재 현장 옆에 마련된 빈소에서 들려오던 유가족 분들의 참담한 울음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조금 더 일찍 관련기준이 바뀌었더라면 그 분들의 삶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라는 부채감을 늘 갖고 있습니다. 화재 조사의 목적은 단순히 원인을 밝히는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밝혀진 원인을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해 ‘반복되는 비국’을 끊어내는 것이 저 같은 화재조사 하시는 분들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당시의 화재조사에 참여한 저와 다른 분들의 현장 검증 자료들이 바탕이 되어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3.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언론 보도와 다른 현장 사실을 밝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초기 보도들은 해당 건물이 ‘불연재’로 지어졌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화재 확산 양상은 결로 불연재 건물의 패턴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의 잔해를 뒤진 끝에, 실제로는 가연성 우레탄폼이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서류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화재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저의 신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Q4. 최근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현장도 다녀오셨는데, 반복되는 물류창고 화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결국 문제는 유사합니다. 화재 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예방 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법이나 소방법에서는 소방설비를 갖추고 방화구획이나 방화 재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또는 그 기준 마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공장이나 창고 건물에서는 샌드위치패널이 핵심입니다. 값싸고 시공이 편하지만, 화재에 취약한 유기 심재를 사용하면 화재시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방화구획 면제 규정 등의 더해지면서 외벽과 지붕을 타고 건물이 전소되거나 붕괴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건축법과 소방법을 더욱 촘촘하고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Q5.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가연성 자재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합니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비용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적합하거나 취약한 자재를 사용했을 때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적합하고 안전한 자재를 사용했을 때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적합자재가 적발되었을 때의 패널티가 압도적으로 커야합니다. 반대로 안전한 자재를 사용하면 보험료 할인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안전’은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Q6. 마지막으로, 국내 건축 및 소방 안전 분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제는 ‘설마’가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건축물의 용도에 맞는 적합한 자재가 사용되어야 합니다. 저는 더 안전한 자재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자인 동시에 잘못된 관생을 바로잡는 현장의 감시자로 남을 것입니다. 건축물이 사람을 보호하는 본연의 기능을 다할 때까지, 안전한 건축자재와 시공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
[기자의 시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신병진 팀장은 건네받은 자재 샘플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에게 건축자재는 단순한 공업 제품이 아니라, 화마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였다.
이천에서 천안까지, 참사 현장마다 그가 있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잿더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야만, 똑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건축과 소방의 경계에서 그는 오늘도 대한민국 안전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