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 Fire Investigation Society of Korea -
| 화재조사법의 형해화(形骸化)와 전담 부서 부재,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소방의 민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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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 관리자 | 등록일 : 2026-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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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속 진실을 외면하는 불법적 행정 방치
현대 화재의 복잡성과 대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일선 소방관서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현행법은 화재 원인의 과학적 규명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 부서의 설치와 전담 인력의 배치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온전한 형태의 전담 부서와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확보한 소방관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지연이나 예산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을 수호하고 집행해야 할 행정 기관이 스스로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명백한 직무 유기다. 재난의 원인을 밝혀야 할 국가의 법적 의무가 행정 편의주의와 관료주의적 관행에 밀려 무참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열역학적 단서를 증발시키는 감식 인프라의 부재
오늘날의 화재 현장은 과거의 육안 감식 수준을 넘어선다. 1차 단락흔과 2차 단락흔의 금속 조직학적 감별,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에 의한 비선형적 연쇄 반응 분석, 3차원 전산유체역학(CFD)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염 확산 경로 역추적 등 최고 수준의 공학적 지식과 분석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정밀한 과학 수사는 오직 화재 조사만을 전담하는 고숙련 전문가 그룹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전담 부서가 부재한 현 시스템에서는 화재 진압이나 일반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인력이 조사를 떠맡는 기형적인 구조가 반복된다. 물리적 시간의 부족과 감식 전문성의 결여는 결국 현장의 미세한 열역학적 단서들을 허공으로 증발시키고, '원인 미상'의 화재를 양산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법치주의 복원과 화재 조사관의 독립적 지위 보장
화재 조사는 단순한 사고의 사후 처리가 아니라, 미래에 반복될 수 있는 치명적 재난을 막아내는 가장 핵심적인 예방 백신이다. 소방 당국은 더 이상 조직의 한계나 인력 부족이라는 궁색한 핑계 뒤에 숨어 명백한 법률 위반 상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즉각적으로 전국 소방관서에 독립된 화재 조사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첨단 디지털 트윈 장비와 AI 감식 기법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을 전면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화재 조사관들이 어떠한 행정적 외압이나 타 부서의 업무 과중에 시달리지 않고, 오직 과학적 팩트와 데이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의 직제와 권한을 격상시키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스스로 제정한 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투명한 소방 행정만이 무너진 재난 원인 규명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유일하고도 시급한 해법이다.